[한의신문]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 2 - “한약을 달일 때 오래 끓일 필요는 없다” 2010.07.0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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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2020년 12월 15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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탕제를 만들 때 얼마 동안 달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? 일반적으로 한약을 약 2시간 정도 달여서 탕제를 만든다. 한 제를 한꺼번에 달일 때는 3시간 정도 또는 그 이상 달이는 한의원들도 많다. 과연 한약은 이렇게 오래 달일수록 효과적인가? 사골로 곰국을 끓일 때는 오래 달이면 좋지만 한약을 달이는 것은 이것과는 다르다. 대부분의 한약 유효 물질들은 저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이다. 얼마나 끓여야 이 유효 물질들이 가장 많이 추출되느냐가 전탕시간을 정하는 관건이 된다. 필자도 당연히 탕제를 만들 때 한약을 오래 끓일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약 20여년 전에 시도한 실험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. 당시 국내에서 유명한 모 전기약탕기 제조회사로부터 적절한 전탕 시간을 알기 위한 연구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. 추출시간은 물론 한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여러 처방을 실험할 상황이 아니라서 우선 황련해독탕을 실험재료로 선택하였다. 그 이유는 황련해독탕을 구성하는 네 종류의 한약재인 황금, 황련, 황백, 치자 등의 지표성분들이 뚜렷하고 비교적 측정이 쉬웠기 때문이다. 황련해독탕에 물을 넣고 달이면서 10분 간격으로 2시간까지 샘플들을 채취한 다음 추출된 지표성분들을 HPLC로 측정하였다.

<Figure>에 나타난 것처럼 황련 중 berberine은 30분에 가장 많이 추출되었으며, 황금 중 baicalein과 wogonin은 끓기 시작한지 5분 이내에 대부분의 성분들이 가장 많이 추출되었다. 오래 끓일수록 성분이 많이 추출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성분들이 10~20분에 가장 많이 추출되었다.
필자가 1996년 중국 산동성부속 중의병원 제제과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중국에서는 한약 전탕을 약 20~25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. 이때 오래 전에 했던 이 한약 전탕 실험 결과가 떠올랐으며, 그 결과와 일치하게 이미 중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달인다는 사실에 놀랐던 적이 있다. 왜 오래 끓이는 것보다 짧게 끓이는 것이 추출에 효과적일까? 그 해답은 추출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. 식물한약재는 유효 물질들이 대개 세포 내 2차 대사산물들로서 세포질 내에 존재한다. 그런데 세포막은 반투막이기 때문에 세포질 내의 대부분의 유효 물질들은 끓이지 않아도 물에 잠기면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물질 교환이 일어나서 추출된다. 이렇게 추출되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. 굳이 끓이지 않아도 성분들이 상당량 추출된다면 왜 한약을 끓이는 과정이 필요할까? 이는 상온에서 녹지 않는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서이다. 100¢ªC까지 올리면 더 많은 종류의 성분이 물에 녹기 때문이다. 즉 한약을 전탕할 때 끓이는 이유는 상온에서 녹지 않는 성분을 녹이기 위한 것이지 성분을 더 많이 추출하기 위하여 끓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.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한약을 달일때 100 ℃까지 온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오래 끓였느냐는 오히려 덜 중요하다는 것이다. 그렇다면 한약은 어떻게 달이는 것이 효과적일까? 효과적인 한약 전탕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이야기하기로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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